1. 마음의 쉼이 필요할 때
20년 가까이 직장을 다니다 여러 사정으로 급작스럽게 퇴사하였을 때 들었던 기분은 후련함과 공허함이었다. 어린아이를 돌보며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힘듦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퇴사 결정이라 나의 1년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대학 졸업 후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식의 기회도 되고 온전히 아이와 가족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했기 때문에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에서는 나의 능력에 따른 결과물들이 눈으로 보이고 월급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과정을 보며 행복한 것을 빼면 집안일을 하는 나는 생산성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나처럼 경력 단절을 겪는 전업주부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 온종일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을까? 나만의 시간이 늘었는데 왜 나는 그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면서 찾은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제대로 된 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다고 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2. 나에게 쉼을 주는 책
나에게 쉼을 주는 여러 가지 중 가장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난 후 청소를 끝내면 예쁜 컵에 차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묵혀둔 집안일을 찾아서 하거나 핸드폰을 보며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며 긴 시간을 보냈지만 좀 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고자 노력했다. 예전에 좋아했던 책, 선물 받고 읽지 않았던 책, 관심이 있었지만 육아를 핑계로 멀리했던 책들을 보며 나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쉼터가 돼주는 책들을 소개해보겠다.
<나의 스웨덴에서>
저자: 엘리 / 출판: arte / 출간일: 2019년 6월 17일
'날 것 같은 시간들도 언젠가 무르익을 것임을 알고 있다'
책 표지에 쓰인 문구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 주저 없이 선택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엘리는 클래스101 온라인 강의 '색연필 드로잉'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그림체가 따뜻해서 팬이 되었고 에세이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찾아보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스웨덴의 풍경 사진, 엘리가 그린 그림들과 함께 스웨덴에서의 기록들이 간결한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취미로만 생각했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며 스웨덴인 남편을 따라 낯선 땅으로 이주한 엘리의 이야기와 그림은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프로방스에서의 1년>
저자: 피터 메일 / 출판: 진선 / 출간일 : 1996년 10월 31일
아주 오래된 책이고 오래전부터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읽은 책이다. 왜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는 잊었지만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에세이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확실하다. 영국인 카피라이터 피터 메일이 프랑스의 시골 프로방스에 이주한 첫해에 겪은 일들을 월별로 나누어 적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낯선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맛있고 풍요로운 음식과 함께하는 이야기다. 특히 프랑스 음식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은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반복해 읽고 싶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어 그런 장면들만 표시해 두었다가 읽기도 하였다.
<꼬마 니콜라>
저자: 르네 고시니, 장자크 상페 / 출판: 문학동네 / 출간일 : 2012년 12월 31일
장자크 상페를 잘 모르더라도 그림은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목을 보면 아이들이 읽는 책 아닌가 싶겠지만 어른들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프랑스 꼬마 니콜라의 가족과 이웃들 학교, 친구,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가냘프고 단순한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상페의 그림은 인간의 내면을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글과 함께 어우러져 큰 감동을 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지만 이 책에서 얻는 행복과 위로는 가볍지 않다.
<화가 헤세>
저자: 헤르만 헤세 / 출판: 이 / 출간일 : 2005년 3월 10일
헤르만 헤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헤세가 화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본인이 인정했듯 뒤늦게 시작했기에 잘 그린 그림은 아니더라도 작가의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과 색감은 지금도 종종 내가 이 책을 열어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림과 함께 그려지는 헤세의 이야기도 소박하고 친근하며 아이 같은 동심도 느껴진다.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작가 헤세를 좋아하는데 그가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프랑스 스케치>
저자: 장자크 상페 / 출판: 열린책 / 출간일 : 2018년 11월 15일
좀머 씨 이야기, 꼬마 니콜라를 보며 상페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프랑스 스케치는 상페의 그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책이다. 프랑스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목가적이고 평온한 프랑스의 모습을 주로 담아냈다. 힘을 뺀 가녀린 선으로 그려진 그림과 밝은 색감의 색채는 한없이 부드럽고 일상의 한순간을 마법처럼 포착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분위기는 매우 탁월하다. 머리가 복잡할 때 그림을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3. 마음의 쉼터가 돼주는 것들 찾기
바쁘게 사회생활을 할 때는 모든 에너지와 감정이 직장에 집중되어 있어 어떤 면에서는 감정선이 매우 단조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생각에 빠지고 그 와중에 공황장애 증상도 겪고 살면서 처음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가족과 내 주변에 딱히 문제도 없는데 나의 맘은 왜 공허할까 왜 행복하지만은 않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시간을 쓸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다. 혹시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거나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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