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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보

나의 공황 장애 극복기

by jaduya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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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공황 장애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불안과 초조감, 죽을 것 같은 공포, 가슴 뜀, 호흡곤란, 어지러움, 손발 저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잘 조절되는 편이다. 현재 공황 장애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2년 전 겪은 공황 장애 발작과 지금까지도 극복 중인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썸네일-공황장애
공황 장애

 

1. 공황 발작

공황 발작은 처음 겪은 것은 2년 전 봄이었다. 그 당시 상황을 잠시 설명하자면 나는 2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을 육아 등 여러 문제로 갑자기 그만두게 되며 전업주부가 되었고 나름 그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앞 공원에서 1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숨이 약간 차고 손발에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을 마시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럼증과 이곳에서 쓰러져 버릴 것만 같고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다가왔다. 집이 코앞이었지만 도저히 그곳까지 걸어갈 수 없을 것 같아 집에 있던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가지고 좀 와달라고 부탁하고 천천히 도로 쪽으로 걸어 올라가 신랑을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동네 내과를 찾아 심전도와 혈액 검사를 했다. 증상은 심전도를 측정하면서 점점 나아져 의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심전도 결과도 지극히 정상이고 갑상선 항진증도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신경 정신과 진료를 보기를 권하셨다.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신경 정신과를 알아보고 일주일 후 첫 진료를 받게 되었다. (병원에 가기 전 일주일 동안에도 공황 증상을 매일 겪었다)

 

2. 신경 정신과 진단과 치료

나의 증상을 들으시더니 3장 정도의 체크리스트를 주시며 작성해 오라고 하셨다. 우울증, 불안 등을 체크하는 것이었는데 나의 경우 우울증은 보통정도 였고 불안증이 매우 높음이었다. 공황 장애란 진단을 받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내가 왜? 였던 것 같다. 텔레비전을 통해 연예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으며 이 것이 나의 이야기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연예인처럼 남들의 시선을 받는 직업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딱히 스트레스를 받은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현대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겪듯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증상이고 꼭 스트레스와 연관 지을 수는 없다고 하셨다. 인데놀정 10mg 1알과 자나팜정 0.125mg 1알을 처방받고 2주에 한 번씩 상담 치료를 시작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죽지 않는 병이니 안심하라고 하셨고 약을 복용하면 수 분 내로 좋아지니 활동에 제약을 두지 말고 지내라고 하셨다. 이후 6개월 정도는 시도 때도 없이 약하게 또는 강하게 증상이 나타났고 나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지하철을 타면 30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약을 먹고 상담을 다니며 나의 증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2주 치의 약 (28봉)을 받아오면 4개월 가까이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고 증상의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비상약을 가지고 다니며 여행도 잘 다닌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 정도면 훌륭하다며 점점 더 좋아질 거라 하신다. 한 가지! 의사 선생님의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는 두 분의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한 분은 따뜻하고 위로의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다른 한 분은 조금은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하신다. 두 분 모두 장단점이 있고 나의 경우 딱히 호불호는 없어 두 분의 진료를 다 받는데 의사 선생님의 스타일이 나와 잘 맞지 않으면 치료가 효과가 더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공황 증상이 있을 때 내가 하는 것

- 잠자다가 깼을 때 (4-7-8 호흡법)

1년 전까지만 해도 잠자다가 깼을 때 공황 증상이 잘 발생하고 그로 인해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 힘들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면 유도제보다는 잠들기 전 처방받은 약을 한 봉 먹고 자는 게 더 낫다고 하시며 수면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도 종종 잠이 오지 않거나 밤 중에 공황 증상이 나타날 것 같을 때 쓰는 방법인데 '4-7-8 호흡기법'이다.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숨을 참으며 8초 동안 숨을 내뱉는 방법인데 눈을 감고 하다 보면 두근대던 심장도 좀 안정을 찾고 (물론 증상이 심할 땐 효과가 없어서 약을 먹는다) 잠도 깊이 든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꽤 효과가 좋아 딱히 증상이 없어도 자기 전 4-7-8 호흡을 하기도 했다.  

 

- 혼자 있을 때 (친구에게 전화 걸기)

많은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광장 공포증을 겪는데 나의 경우는 광장 공포증은 거의 없었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불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혼자 있으면 어느 순간 그것을 의식할 때가 있는데 증상이 나타날 것 같으면 친구나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나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을 때 (쇼핑에 몰두하기)

광장 공포증까지는 아니고 종종 마트나 백화점 등 넓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갔을 때 심장이 뛰고 어지럼증의 증상이 생길 때가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내쉬는 숨을 길게 뱉으며 호흡을 조절하며 버티기도 하고 쇼핑에 더 몰두하기도 한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증상을 조금 잊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증상이 심해지면 비상약을 꺼내 물 없이도 꿀꺽 삼킨다.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기법 중 인지-행동 요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두렵다고 (실제로는 두려운 상황이 아니다) 느끼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다음번에는 그 장소를 잘 안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내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생활에 제약과 불편이 따르는 것이다. 나에게는 마트가 그렇다. 그렇다고 계속 마트에 안 갈 수도 없는 것이고 나름의 릴랙스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 불면증이 있거나 피곤할 때 (휴식 취하기, 커피 술 끊기)

몸이 피곤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거의 백 프로 공황 증상이 나타난다. 공황 증상을 겪었던 초창기처럼 강한 강도는 아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불안증세가 느껴진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 내려졌던 처방 중 하나가 술과 커피를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술이야 원래 잘 마시지 않았지만 커피를 끊으라니 정말 또 다른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래도 공황 증상을 또 겪는 것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단번에 커피와 술을 끊었다. (증상이 많이 좋아졌을 때 디카페인 커피를 시도했는데 다시 심장 두근거리는 증상이 잦아져 이제는 디카페인 커피마저도 마시지 않는다) 2년 정도 되니 이제는 몸이 피곤해지지 않게 하는 요령도 생기고 일을 많이 했다 싶으면 빠르게 휴식을 취할 준비도 한다. 또한 몸이 힘들다고 카페인을 찾던 버릇도 없어졌다. 반짝 힘이 생길 수 있어도 카페인이나 술로 인해 심한 공황 증상이 따라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4. 공황 장애를 겪는 누구에게 

나의 증상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편히 갖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공황 발작을 겪고 나름 빠르게 치료를 진행했음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히 약을 끊지는 못했으니 어쩌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이 정도만 돼도 그냥 잘 살 수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데 사실 지금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내가 왜 이렇게 불편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눈물이 날 정도로 짜증이 나고 힘들 때도 있다. 나보다 더 심한 공황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와 비슷한 사람도 있을 텐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이 견디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공황 발작을 처음 겪은 사람이라면 꼭 병원을 찾아 약물과 상담 치료를 열심히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공황 장애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으면 70~90%의 환자는 상당히 호전되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황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말이 있다. '죽지 않는 병이다'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생활 패턴을 찾고 공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는데 문제없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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